2005. 08. 07., 기장 용궁사

여름에 떠올리는 여름추억은 그렇게 설레지 않는데,

그 이유는 언제라도 그 때 그 장면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만 같이 느껴져서이다.

같은 여름이니까..

하지만 이때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물론 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에 관심을 가졌으며, 

사진을 소중히 다루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후여서,

또는 그런 이후에 처음으로 찍은 여름여행의 사진이어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계획을 짜서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 본 여행의 사진이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얘기하다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때는 카메라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기에,

특히나 갑자기 필요할 땐 방법이 없었다.

특별한 순간에 카메라가 없으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였다.

오죽 허전하여서 아직도 카메라를 사던 순간이 기억난다.

해운대 터미널에 도착해서 목적지 가는 길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와중에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터미널 근처 슈퍼에서 샀던 일회용 카메라.

살면서 좋은 선택을 했다고 느낀 경험은 별로 없는데

그 땐 참 잘한 것 같다.

사진도 물론 좋고, 그 여행의 순간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