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2. 07., 울산 동구 주전동
마음이 차가웠던 어느 날에 밤을 꼬박 새고 동해남부선 기차를 탔다.
눈이 부시는 겨울 아침의 햇살을 받으면서 처음 마주치는 길들을 지났다.
아는 거라곤 지도로 본 것이 전부였다.
대중교통밖에 이용할 수 없었기에 잘 가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결국 시내버스를 타고 목적지 반대방향 종점까지 간 후에야
낯선 도시의 황량한 어느 구석에 남겨졌다는 극한 초조함을 맛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신기술적으로 살고 있었고
버스 종점이다보니 다양한 (곳을 향하는) 버스들이 널려 있었기에
적당한 버스를 골라 잡아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그때는
그 길을 가는 와중에는
그저 무사히 도착하기만 바랐는데
어느새 주욱 늘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푸른색 바다가 내리쬐는 태양을 주체 못하고 반짝이는 걸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피곤과 피곤에 눅눅해진 마음이
참 뭉클했다.
그곳에서 나는 그냥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 않았어도 되지만 했을 것이 분명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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