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달래는 바다

2013. 7. 20. 02:42 from 2010





2010. 02. 07., 울산 동구 주전동






마음이 차가웠던 어느 날에 밤을 꼬박 새고 동해남부선 기차를 탔다.

눈이 부시는 겨울 아침의 햇살을 받으면서 처음 마주치는 길들을 지났다.

아는 거라곤 지도로 본 것이 전부였다.

대중교통밖에 이용할 수 없었기에 잘 가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결국 시내버스를 타고 목적지 반대방향 종점까지 간 후에야

낯선 도시의 황량한 어느 구석에 남겨졌다는 극한 초조함을 맛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신기술적으로 살고 있었고

버스 종점이다보니 다양한 (곳을 향하는) 버스들이 널려 있었기에

적당한 버스를 골라 잡아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그때는

그 길을 가는 와중에는

그저 무사히 도착하기만 바랐는데

어느새 주욱 늘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푸른색 바다가 내리쬐는 태양을 주체 못하고 반짝이는 걸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피곤과 피곤에 눅눅해진 마음이 

참 뭉클했다.


그곳에서 나는 그냥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 않았어도 되지만 했을 것이 분명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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